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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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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과학책을 번역하다가 <지구과학>편에서 우주의 방대함을 다룬 내용에 불현듯 사로잡혀서
내가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머리 싸매고 하고 있는 이 일조차도 얼마나 하잘 것 없는 것인지와 같이
근원적인 내용을 생각해보느라 오히려 번역은 뒷전으로 미뤘던 며칠간이 생각났다.

이런 시각에서 보면, 지금 이렇게까지 힘들어하며 번역을 할 필요도(힘들어하지 않고 그냥 스스스..하면 된다. 말처럼 쉽게 되진 않지만),
어제 학생 어머니에게서 들은 기분 나쁜 잔소리도 아무 것도 아닌 것이다.
그 깨달음(?)이 마음도 뇌도 몸도 작은 나에겐 너무 큰 것이어서, 한 며칠 방황했던 것 같다.

하지만 내가 직접 깨달은 것이라고 해도,
막상 위기가 닥쳐오면(나에겐 큰 것일지라도 전우주적인 관점에서 보면 얼굴에 잠깐 파리가 앉았던 찝찝함에도 비유되지 못할) 까맣게 잊어버리고 만다.
M인지 뭔지 하는 진짜 쓰잘데기 없는 재수 없는 녀석 때문에, 좋아하는 음악 듣는 일까지 짜증났던 며칠이었다.
내게 아무런 의미도 없는 그런 사람이 한 말 따위, 잠깐 구린내가 풍겼을 뿐인데.

다시 한번 곱씹어 보지만
이 다음 번에 우울한 일이 있어도 분명 나는 까먹고 말겠지.
붕어 머리니까. 훗.ㅎ
posted by 봉크
중간 고사 준비를 하다가, 교재에서 우연히 이 책의 제목을 발견했다.
언젠가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 이 이름!
아.
어릴 때 아빠가 고모집에서 얻어다 준 명작 전집 속에 있었던 책이다.

내가 어릴 때는(지금도 나이가 많지는 않지만) 단행본보다, 특히 아이들에게는 전집을 많이 사주었다.
그림책 같은건 모두 한국에서 저작권을 따서 만들기 보다 먼저 내는 사람이 임자였다고.
아마 이 책도 전혀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나온 것이었을 거다.

이 책은 그림도 별로 없었지만, 항상 읽을거리에 굶주려 있던 나에게는 정말 귀한 선물이었다.
전집 제목이 잘 생각이 안나지만, 언젠가 청계천 근처의 헌 책방 거리를 지나가다 본 적이 있는 걸로 봐서, 한참 잘나갔던 애들인듯 싶다.

초등학교 3학년 때 부턴가, 이 책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나는 정말 어릴 때 그리스로마 신화와 완역본 수준의(지금 생각해보면 일본판을 다시 번역한 책도 많았던 것 같지만) 신데렐라, 몽테크리스토 백작, 하이디, 보물섬 등을 다 읽었던 거다.

그 중에 이해할 수 없는 것도 많았는데,
그 시절엔 이해할 수 없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였기 때문에(나는 아는 것이 없는 어린아이라는 인식이 강했고, 어른이 되기 전까지는 몰라도 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법적인 성인인 지금도 모르는 건 천지지만) 어려워도 자꾸 자꾸 읽고 싶었다.
그때 읽은 책 속에 스물 네 개의 눈동자가 들어있었던 거다.
검색해서 줄거리를 더듬어보자 아련하게 생각이 난다.

분명 내가 당시 알았던 좁은 사회와 시간적 배경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이었던 것 같지만, 읽고 막연히나마, '전쟁은 나쁘다. 어째서 따뜻한 이야기로 소설을 끝내지 않고 등장 인물 누구누구를 죽이는가.'하고 단순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이것 말고도 우리집에는 계몽사 전집을 비롯, 여러가지가 있었고, 특히 중학교에 입학할 무렵부터 제일 친하게 지낸 전집은 동아백과사전이었다. 그리고 이런 전집보다 조금 나중에 친구 D의 집에서(책이라면 뭐든 사주셨던 것 같은 좋은 엄마*_* 물론 우리집 분위기도 크게 다르진 않았지만.) 빌려다본 ABE 중에 기억에 남는 책이 많아서, 그 중에 몇 권은 헌책방에서 찾아서 소장하고 있기도 하다.  
앞서 언급한 스물 네개의 눈동자가 포함된 전집은 엄마가 친척에게 주어버렸다.
정말 둔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내가 좀-_-;)그 친척 아이를 바라보면서, 내겐 정말 귀했던 이 낡은 책들이 이 아이에겐 전혀 가치가 없을 것 같아서 화가 났다. 그리고 정말 엄마가 미웠었다.
하지만 야단 맞는게 두려워서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비슷한 과정으로 피아노도 빼앗겼었지.ㅎㅎ

쨌든, 어린 시절의 독서 경험은 내가 제대로 기억하고 있지 못해도 참 중요하구나, 하고 새삼 <책읽는 부모>코너의 머릿말 같은 생각을 해버렸다.
또 나는 고종사촌 오빠랑 근 20살 이상 차이가 나니까(거의 삼촌 수준 ㅎㅎㄷㄷ;) , 그 전집은 정말 예전에 나온 것일 것이다. 그때도 다른 나라 문학 작품을 꾸준히 읽어가면서 (비록 합법은 아니었지만-뭐 그렇다고 해도 그때만 해도 우리나라는 국제 저작권 관련 쪽으로는 가입되어 있지 않았던 걸로 아니까! ) 좋은 책으로 내준 출판업자들도 참 대단하다.
중역인지 어떤지 모르겠지만, 지금의 말도 안되는 번역서 소설보다 훨씬 매끄럽게 읽혔던 기억이 난다.

어쨌든 이 책을 다시 사서 읽어보기로 했다.
일본학을 전공해서 참 다행이다. 정말 '의외로' 배울 것이 많은 것 같다.
posted by 봉크

팝송 듣다 보면 가사가 확 깨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뭐 리스닝의 천재도 아니고.. 어린 시절에는 그저 제목만 보고 이런 내용인갑다! 정도가 전부였기 때문에,
나중에 알고보면 뜨악한 가사인 팝송도 많았었지.
그 중에 기억에 남는 것은, 재니스 이안의 앳 세븐틴 하고.. 수 톰슨의 새드 무비 정도려나.

우리 나라 노래 가사가 너무 추상적이고 시적인 세계만을 추구해온 탓도 있겠지만, 보들보들한 멜로디하고 영 매치가 안되는 다이렉트한 가사들은 정말 입을 쩍 벌어지게 만들었다. 앳 세븐틴의 경우는 그저 제목만 듣고 17살 적의 새콤달콤한 추억을 그리는건게벼! 라고 생각했으나.. 못생긴 여자아이가 연애는 하고 싶은데 상대가 없어-_- 폰팅 하는 내용.. 새드 무비는 이 정도는 아니지만 삼류 영화 스토리 같은 이야기를 줄줄 늘어놓는 점에 약간 띠용. 이 두 곡을 두고 하는 이야긴 아니지만, 멜로디 메이커로는 최고지만 가사를 잘 못쓰는 송라이터도 꽤 있는 것 같고 말이다.

사실 오늘은 가사 이야기를 하려 한건 아니었는데 ㅠㅅㅠ
자우림의 안녕 미미를 듣고 있자니 약간 어두침침한 그 가사와는 전혀 관계 없이, 고등학교 시절 친구 미미가 격하게 보고 싶어졌다고 쓰고 싶었는데 이미 다른 이야기로 흘러 우각호를 만들었구나..-_-...

미미, 어디서 무얼하고 있니?
아직도 남국의 해변일까?
나한테 말도 안하고 결혼한 건 아니겠지?

보고싶다, 미미.
니 삶은 아직도 파란만장 할까.





posted by 봉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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