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 고사 준비를 하다가, 교재에서 우연히 이 책의 제목을 발견했다.
언젠가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 이 이름!
아.
어릴 때 아빠가 고모집에서 얻어다 준 명작 전집 속에 있었던 책이다.
내가 어릴 때는(지금도 나이가 많지는 않지만) 단행본보다, 특히 아이들에게는 전집을 많이 사주었다.
그림책 같은건 모두 한국에서 저작권을 따서 만들기 보다 먼저 내는 사람이 임자였다고.
아마 이 책도 전혀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나온 것이었을 거다.
이 책은 그림도 별로 없었지만, 항상 읽을거리에 굶주려 있던 나에게는 정말 귀한 선물이었다.
전집 제목이 잘 생각이 안나지만, 언젠가 청계천 근처의 헌 책방 거리를 지나가다 본 적이 있는 걸로 봐서, 한참 잘나갔던 애들인듯 싶다.
초등학교 3학년 때 부턴가, 이 책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나는 정말 어릴 때 그리스로마 신화와 완역본 수준의(지금 생각해보면 일본판을 다시 번역한 책도 많았던 것 같지만) 신데렐라, 몽테크리스토 백작, 하이디, 보물섬 등을 다 읽었던 거다.
그 중에 이해할 수 없는 것도 많았는데,
그 시절엔 이해할 수 없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였기 때문에(나는 아는 것이 없는 어린아이라는 인식이 강했고, 어른이 되기 전까지는 몰라도 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법적인 성인인 지금도 모르는 건 천지지만) 어려워도 자꾸 자꾸 읽고 싶었다.
그때 읽은 책 속에 스물 네 개의 눈동자가 들어있었던 거다.
검색해서 줄거리를 더듬어보자 아련하게 생각이 난다.
분명 내가 당시 알았던 좁은 사회와 시간적 배경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이었던 것 같지만, 읽고 막연히나마, '전쟁은 나쁘다. 어째서 따뜻한 이야기로 소설을 끝내지 않고 등장 인물 누구누구를 죽이는가.'하고 단순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이것 말고도 우리집에는 계몽사 전집을 비롯, 여러가지가 있었고, 특히 중학교에 입학할 무렵부터 제일 친하게 지낸 전집은 동아백과사전이었다. 그리고 이런 전집보다 조금 나중에 친구 D의 집에서(책이라면 뭐든 사주셨던 것 같은 좋은 엄마*_* 물론 우리집 분위기도 크게 다르진 않았지만.) 빌려다본 ABE 중에 기억에 남는 책이 많아서, 그 중에 몇 권은 헌책방에서 찾아서 소장하고 있기도 하다.
앞서 언급한 스물 네개의 눈동자가 포함된 전집은 엄마가 친척에게 주어버렸다.
정말 둔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내가 좀-_-;)그 친척 아이를 바라보면서, 내겐 정말 귀했던 이 낡은 책들이 이 아이에겐 전혀 가치가 없을 것 같아서 화가 났다. 그리고 정말 엄마가 미웠었다.
하지만 야단 맞는게 두려워서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비슷한 과정으로 피아노도 빼앗겼었지.ㅎㅎ
쨌든, 어린 시절의 독서 경험은 내가 제대로 기억하고 있지 못해도 참 중요하구나, 하고 새삼 <책읽는 부모>코너의 머릿말 같은 생각을 해버렸다.
또 나는 고종사촌 오빠랑 근 20살 이상 차이가 나니까(거의 삼촌 수준 ㅎㅎㄷㄷ;) , 그 전집은 정말 예전에 나온 것일 것이다. 그때도 다른 나라 문학 작품을 꾸준히 읽어가면서 (비록 합법은 아니었지만-뭐 그렇다고 해도 그때만 해도 우리나라는 국제 저작권 관련 쪽으로는 가입되어 있지 않았던 걸로 아니까! ) 좋은 책으로 내준 출판업자들도 참 대단하다.
중역인지 어떤지 모르겠지만, 지금의 말도 안되는 번역서 소설보다 훨씬 매끄럽게 읽혔던 기억이 난다.
어쨌든 이 책을 다시 사서 읽어보기로 했다.
일본학을 전공해서 참 다행이다. 정말 '의외로' 배울 것이 많은 것 같다.
posted by 봉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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